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서로의 긴장을 풀어주고 서로의 마음을 소통하게 하는 데는 술을 마시게 된다.
그러나 술을 과하게 마시면 의도하지 않게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 각종 사건과 사고에 휘말리는 경우가 있다.
건강하게 마시는 것이 실수를 예방하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윤활유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 선인들은 어떻게 술을 마셨는지 선인(先人)들의 전통주도(傳統酒道)예법을 살펴보면서, 건전한 사회생활을 하는데 술을 어떻게 대하여야 하는지 지혜를 얻어 보자.
첫째, 술잔은 남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다. 술은 남편에 비유되고 술잔은 부인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부가 한 번 잔을 돌리는 것은, 소중한 물건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다는 뜻이므로 비난할 수는 없다. 단지 그 일을 자주 한다는 것은, 情(정)이 過(과)하여 陰節(음절)이 搖動(요동) 하는 것이라 君子(군자)는 이를 삼가야한다.
둘째, 술을 마실 때에는 남의 빈 잔을 먼저 채우는 것이 仁이다.
내가 먼저 잔을 받고 상대에게 따른 후에, 병을 상에 놓기 전에 바로 잡아서
상대에게 따르는 것은 仁을 행함이 민첩하기 때문에 지극히 아름다운 것이다.
셋째, 잔을 한 번에 비우는 것을 明(명)이라하고, 두 번에 비우는 것은 周(주), 세 번 이후는 遲(지)라 한다.
아홉 번이 지나도 잔을 비우지 못하면 술을 마신다고 할 수 없다.
넷째, 술을 마심에 있어 먼저 갖추어야 할 네 가지가있다.
1. 몸이 건강하지 않은즉, 술의 독을 이기기 어렵다.
2. 기분이 평정하지 않은즉, 술의 힘을 이길 수 없다.
3. 변화가 많은 곳에서는 많이 마실 수 없다.(즉 시끄러운 곳과 바람이 심하게 부는 곳, 좌석이 불안한 곳과 햇빛이 직접 닿는 곳이다.)
4. 새벽에는 만물이 일어나는 때다. 이때 많이 마시면, 잘 깨지 않는다.
다섯째, 천하에 인간이 하는 일이 많건만 술 마시는 일이 가장 어렵다.
다음으로 여색을 접하는 일, 벗을 사귀는 일, 그 다음이 학문을 하는 일이다.
여섯째, 말 안 할 사람과 말하는 것은, 말을 잃어버리는 일이고, 말할 사람과 말하지 않는 것은, 사람을 잃는 것이다.
술 또한 이와 같다. 술을 권하지 않을 사람에게 술을 권하는 것은, 술을 잃어버리는 것이고, 술을 권할 사람에게 권하지 않는 것은,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군자는 술을 권함에 있어, 먼저 그 사람됨을 살펴야 한다.
일곱째, 술에 취해 평상심을 잃는 자는 신용이 없는 자이며, 우는 자는 仁이 없는 자이다.
화내는 자는 義롭지 않는 자이며, 騷亂(소란)한 자는 禮義(예의)가 없는 자이다. 따지는 자는 智慧(지혜)가 없는 자이기 때문에 俗人(속인)이 술을 마시면 그 성품이 드러나고, 道人(도인)이 술을 마시면 천하가 평화롭다.
속인은 술을 추하게 마시며, 군자는 그것을 아름답게 마신다.
여덟째, 술자리에서 음악이란 안주와 같은 뜻이 있고, 술 따르는 여자는 그릇의 뜻이 있다.
어떤 사람과 술을 마시느냐 하는 것은, 때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다.
가장 좋은 술자리는 아무런 뜻이 없이 한가롭게 술만을 즐길 때이다.
아홉째, 술자리에는 먼저 귀인이 상석에 앉는다.
우선 편안한 자리를 상석이라 하고, 장소가 평등할 때는 서쪽을 상석으로 한다. 귀인이 와서 자리에 앉으면 작인은 좌우와 정면에 앉는다.
모두 앉으면 상석에 있는 술잔에 먼저 채우고, 차례로 나머지 잔을 채운다.
이때, 안주가 아직 차려지지 않았어도 술을 마실 수 있다.
술잔이 비었을 때는 누구라도 즉시 잔을 채운다.
술을 따를 때는 안주를 먹고 있어서는 안 되고, 술잔을 받는 사람은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열 번째, 술을 받을 때나 따를 때는 술잔을 잡고 있어야한다.
술잔을 부딪치는 것은 친근함의 표시이나, 군자는 이 일을 자주 하지 않는다.
술잔을 상에서 떼지 않고 술을 받아서는 안 된다.
마실 때는 일단 잔을 상에서 들어 올리고, 멈춰서 사람을 향한 후에 마신다.
술을 마실 때는 잔을 입술에 대고 손을 많이 움직이지 않는다.
다 마신 후, 잔은 상에 내려놓지 않고 일단 멈추고, 약간 밖으로 기울여 술잔 속을 보이도록 한 후 내려놓는다.
마실 때, 손을 움직이지 않는 것은 술잔을 귀히 여긴다는 뜻이다.
술은 두 손으로 따르고 두 손으로 받는 것은, 모든 사람을 존경하고 술을 귀히 여긴다는 뜻이다.
또 두 손으로 마시는 것은, 술 따라준 사람을 귀히 여긴다는 뜻이며 술을 귀히 여긴다는 뜻이다.
잔이 넘어져 술이 조금 쏟아졌을 때는 그대로 둔다.
모두 쏟아졌으면 즉시 다시 채워주고, 채워준 사람에게 미안함을 표시한다.
술이 안주에 쏟아졌을 때는, 그 안주를 먹어도 좋다.
안주가 술에 빠졌을 때는 그 술을 버린다.
그 이유는, 술은 천(天)이므로 안주에 쏟아진 것은 허물이 되지 않는다. 안주는 지(地)이므로 술에 빠진 것은, 地(지)가 요동하여 天(천)을 범한 것이므로 버린다.
또 내가 남에게 술을 따르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이 나에게 술을 따르면, 자기 잔을 쳐다보지 않고, 따르던 술을 따른 후에, 자기 잔을 약간 들어 따라 준 사람을 향해 고마움을 표시한다.
술의 법도는 그 엄하기가 궁중의 법도와도 같으며, 그 속에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뜻이 있고 힘을 합한다는 뜻이 있다.
물고기는 물과 싸우지 않고 주객은 술과 싸우지 않는다고 했다
사회생활 하는데 술 마시는 일이 많아진다. 술로 인한 추한 모습 보이지 않도록 살얼음 걷듯이 조심해야 한다.
술 마시는 것은 즐거움을 위주로 하는 것이기에, 사회생활이나 세시 풍속에 따라 편안하고 즐거운 술좌석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전통주법을 참고하여 더욱 격이 있고, 즐거운 모임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4. 6. 以堂 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