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를 보면 세(世)와 대(代), 세손(世孫)과 대손(代孫) 대조(代祖)가 나온다.
그 쓰임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 를 살펴보고자 한다.
왕조시대에 계위(系位)를 말할 때, 1세, 2세(世) 혹은 2대(代)라 하는데 이는 동서양이 같다.
조선의 3대 태종, 프랑스의 나폴레옹 1세와 같은 것이다.
이는 몇 대가 지나도 몇 백 년이 지나도 3대 태종 나폴레옹 1세라는 호칭은 바뀌지 않는다.
왜냐하면 왕조에서는 재위중인 왕이 선왕의 아들로 이어야 한다는 법칙이 절대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나폴레옹 4세는 나폴레옹 1세의 조카이고, 조선시대 3대 태종은 태조의 5째 아들이다.
우리 은송의 대・소 종중에서 발간되는 모든 『족보』에서 세계(世系)표기가 판원사부군을 1세(시조), 군사춘경부군을 3세, 쌍청당부군을 6세(世)로 표기하고 있다.
우리는 쌍청당부군을 6세조라고 하지 않고 6세(世)라고 한다. 자신의 위치에 따라 18대조 20대조라고 표현한다.
일설(一說)에 의하면 위로 조(祖)를 말할 때는 몇 대조(代祖)라고 하고, 아래로 손(孫)을 말할 때는 몇 세손(世孫)이라한다.
또 일설(一說)에는 자신을 빼고 말할 때는 대(代)를 쓰고, 자신을 포함해서 말할 때는 세(世)를 쓴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정해대보』의 서문을 쓴 13대손 시열은 14세손이어야 하고, 21대손 입재공 근수는 22세손이어야 할 것이다.
이는 아무런 논거(論據)도 없는 틀린 말이다. 세계(世系)의 차서(次序)를 세(世)로 표기한다.
파조(派祖)는 자신으로부터 몇 대조(代祖)라 하고, 자신은 파조로부터 몇 세손(世孫)이라 한다.
단 세에 손을 붙여 몇 세손이라 하면 몇 대손(代孫)과 동일하게 사용한다.
(예 : 시조(始祖)가 23대조(代祖)면 손(孫)자를 붙일 경우, 본인은 시조로부터 23대손(代孫)이 되고, 파조(派祖)가 11세조(世祖)면 본인은 파조로부터 11세손 혹은 11대손이 된다.
즉 세(世)와 대(代)는 똑같은 뜻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사례를 『은진송씨족보』를 통해 살펴보자.
가. 우암께서 쓰신 『恩津宋氏族譜』(二券譜 : 1666년) 서문에 보면 判事公 十三世孫 時烈序(판사공 십삼세손 시열서)라 썼으며,
나. 『恩津宋氏譜』(丁亥大譜 : 1887년) 발문에 判事公 二十一代孫 大匡輔國崇祿大夫領中樞府事 近洙謹識(판사공 21대손 대광보국숭록대부영중추부사 근수근지)라 썼고,
다. 『恩津宋氏大同譜』(丙午譜 : 1966년) 서문에 判院事府君 二十四代孫 在晟謹序(판원사부군 24대손 재성근서)라 썼다.
이상과 같이 은진송씨는 ○대손(代孫)과 ○세손(世孫)은 동일하게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판원사부군을 시조로 군사 득주 부군을 1대, 집단공 명의부군을 3대, 쌍청당부군을 5대로 해서 이어가면, 우암선생의 경우 차서는 14세인데 13세손이라 했다.
입재공의 경우 21대손으로, 재성 씨의 경우 24대손으로 기록한 것으로 보아, 세(世)와 대(代)는 같은 뜻으로 썼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세(世)와 대(代)의 쓰임이 달라서가 아니라 ○대조(代祖) ○세조(世祖), 또는 ○대손(代孫) ○세손(世孫)하는 대와 세의 글자 뒤에 조(祖) 또는 손(孫)이라는 글자를 붙였기 때문에 한 대(代)가 줄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족보의 세(世)는 객관성을 강조하여 시조로부터 1세, 2세 … 중략 … 24세 등으로 표시한 반면, ○대손(代孫) ○세손(世孫)이라 칭하는 것은 자신의 조상이나 후손인 본인, 또는 그 외의 지칭이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은 은진송씨 시조로부터 ○대인가? 하는 것과, 시조 누구의 ○대손(代孫)이 되는가? 하는 것은 분명히 구별되는 말이다.
(예를 들어 필자의 경우, 『은진송씨족보』에 보면, 판원사부군으로부터 필자까지 24세이고, 판원사부군의 23대손이다. 또한 판원사부군은 필자의 23대조이다.)
여기에서 조(祖)는 자신의 선조라는 개념이고, 손(孫)은 자기가 선조의 후손이라는 뜻이므로 자신이나 선조는 대수(代數)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존비속간을 말할 때 존속(尊屬)은 본인 - 부(父) - 조(祖) - 증조(曾祖) - 고조(高祖) - 5대조(五代祖)로, 5대조로부터 비로소 수(數)로 일컫는다.
비속(卑屬)은 본인 - 자(子) - 손(孫) - 증손(曾孫) - 현손(玄孫 : 高孫으로 부르지 않는다.) - 5대손으로, 5대손부터 비로소 수(數)로 일컫는다.
여기서 고조는 자신으로부터 5대이며, 현손은 자신으로부터 5대 아래로 내려간다.
조(祖)나 손(孫)이 들어갈 경우 4대조(代祖)이며 4대손(代孫 : 즉 현손)이 된다.
고조(高祖)를 대(代)로 칭할 때는 4대조이고, 세(世)로 칭할 때는 5세조이다.
반대로 현손(玄孫)을 대로 칭할 때는 4대손이고, 세(世)로 칭할 때는 5세손이 맞는다면, 전자의 경우 5세조는 자신까지 선조로 칭한 것이 되며, 후자의 경우 5세손은 고조(高祖)까지 자손으로 친 셈이니 이것은 경우에 맞지 않는 틀린 말이다.
결론적으로 시조나 파조로부터 본인이 몇 대(代)인가 몇 세(世)인가? 의 개념은 시조로부터 본인까지 1세 2세하는 차서(次序 : 차례의 순서)를 말한 것이다.
시조나 파조가 몇 대조(代祖)인가? 몇 대손(代孫)인가? 의 개념은, 대조(代祖)와 세조(世祖), 대손(代孫)과 세손(世孫)은 동일한 뜻으로 사용된다.
조(祖)와 손(孫)이 들어감으로써 조(祖)는 자신의 선조라는 개념이고, 손(孫)은 자신이 선조의 후손이라는 뜻으로, 자신이나 선조는 대수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以堂 成彬 記)